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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선 무궁화호를 타고 험준한 태백산맥 협곡을 굽이굽이 지나 도계역에 내려서면, 코끝을 스치는 공기부터 대도시와 사뭇 다릅니다. 한때 전국 최대의 무연탄 생산지로 번영을 누렸던 삼척시 도계읍은 화려했던 석탄 산업의 전성기를 뒤로하고 지금은 고즈넉한 산골 마을로 남아 있습니다.
끝자리 4일과 9일에 열리는 도계 5일장은 관광객을 위해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시장이 아니라, 험준한 산세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현지 주민들의 생생한 일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터입니다. 오늘은 완행열차의 정취를 느끼며 당일치기로 알차게 둘러볼 수 있는 도계 5일장과 인근 근대 산업 유산 도보 동선을 정리해 드립니다.
1. 영동선 도계역 하차 직후 마주하는 장터 진입로
도계 5일장은 별도의 대중교통 환승 없이 도계역 출구에서 도보로 3분이면 닿는 최적의 접근성을 자랑합니다. 기차역 광장을 등지고 전방으로 200미터가량 걸어 내려가면 도계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난전 천막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장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강원도 깊은 골짜기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투박한 뿌리채소들입니다. 도계장은 백두대간 자락의 지형적 특성상 계절별 임산물이 유독 풍성합니다. 봄철에는 자연산 두릅과 곰취가, 가을철에는 능이버섯과 송이버섯, 도라지가 좌판을 가득 채웁니다. 특히 상인 어르신들이 직접 흙을 털어내며 다듬는 모습을 보면 산골 장터 특유의 억척스러우면서도 따스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2. 검은 탄가루를 씻어내던 장터 먹거리의 역사
도계 장터 골목에서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음식은 투박하게 끓여낸 선지해장국과 메밀전병입니다. 과거 지하 수백 미터 막장에서 땀 흘려 일하던 광부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장터 주막에 모여 기름진 음식과 뜨끈한 국물로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냈습니다.
이곳의 국밥은 조미료 맛이 도드라지는 도심의 음식과 달리, 묵직한 사골 육수에 시래기와 콩나물을 듬뿍 넣어 끓여내어 담백하면서도 깊은 뒷맛을 냅니다. 철판 위에서 얇게 부쳐내는 메밀전병 역시 김치와 당면을 거칠게 다져 넣어 칼칼한 맛이 일품입니다.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하여 주머니 가벼운 뚜벅이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합니다.
3. 국내 유일 스위치백 철길과 근대 탄광 골목 걷기
장터에서 식사를 마쳤다면 소화도 시킬 겸 인근의 근대 철도 역사와 탄광 마을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도계는 가파른 고갯길을 기차가 지그재그 형태로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오르내리던 '스위치백(Switchback)' 구간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역 주변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붉은 벽돌의 광부 사택들과 옛 극장 터, 그리고 산비탈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계단식 마을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은 비록 폐광과 철도 이설로 한산해졌지만, 벽면에 그려진 광부들의 옛 생활상 벽화를 보며 걷다 보면 대한민국 근대 산업화를 묵묵히 떠받쳤던 이 작은 마을의 역사적 무게를 실감하게 됩니다.
[소제목] 4. 도계 여행 시 놓치기 쉬운 뚜벅이 주의사항
도계읍은 산간 분지 지형이라 날씨 변화가 매우 심합니다. 한낮에는 볕이 강하다가도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계절에 상관없이 바람을 막아줄 겉옷을 하나 챙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한 영동선 열차 배차 간격이 긴 편입니다. 청량리나 동해 방면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는 장날 주말에 조기 매진되는 경우가 잦으므로, 도계역에 도착하자마자 귀가 열차표를 미리 발권해 두거나 스마트폰 앱으로 확정해 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면·읍 단위 장터의 특성상 오후 3시를 넘기면 대부분의 좌판이 빠르게 정리되므로, 장터 탐방은 가급적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마치는 동선으로 계획하시길 권장합니다.
[핵심 요약]
- 도계 5일장은 도계역에서 도보 3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며, 백두대간에서 채취한 신선한 산나물과 약초가 주력 품목입니다.
- 옛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묵직한 장터 국밥과 메밀전병으로 든든하게 식사한 뒤 스위치백 철도 흔적과 탄광 사택 골목을 함께 걷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 산간 지형 특성상 일교차가 크고 기차 배차 간격이 넓으므로, 겉옷 준비와 귀가 열차 사전 예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백두대간 줄기를 타고 충청도로 내려가, 한천팔경 월류봉의 깎아지른 절경과 시원한 올갱이 국밥 한 그릇이 기다리는 '충북 영동 황간 5일장 여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한때 번성했던 산업의 흔적이 깃든 옛 골목을 걸을 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경험을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