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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 화본 5일장: 폐역이 된 간이역과 옛 골목길에 남은 완행열차의 숨결
중앙선 철길을 따라 경북 군위군 산성면으로 접어들면, 1930년대 목조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본역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복선전철화로 여객 열차 운행은 멈추었지만, 붉은 지붕과 고풍스러운 급수탑 풍경 덕분에 여전히 옛 철도의 정취를 찾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입니다.
끝자리 1일과 6일에 서는 화본 5일장은 역 광장에서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길목에 아담하게 펼쳐집니다. 읍내의 번화한 대형 장터와 달리 규모는 작지만, 팔공산 북쪽 자락에서 농사짓는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과 따스한 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삶의 터전입니다.
화본역 광장에서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난전 풍경
화본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세월의 흐름을 잊은 듯한 조용한 시골 마을 특유의 공기가 느껴집니다. 대형 마트가 없는 산골 마을이라 장날 아침이면 인근 부락의 어르신들이 첫 버스를 타고 나와 길가에 자리를 폅니다.
좌판 위에 펼쳐진 농산물들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팔공산의 맑은 바람을 맞고 자란 가시오이, 가지, 애호박부터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햇마늘과 양파가 소담하게 바구니를 채웁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가공식품 대신 손수 볕에 말린 취나물과 고사리, 집에서 띄운 투박한 메주와 된장 단지가 자리를 지킵니다. 채소를 조금이라도 더 얹어주려는 어르신들의 투박한 손길 속에서 정겨운 시골 인심을 실감하게 됩니다.
무쇠 팬에 노릇하게 지져내는 배추전과 멸치 잔치국수
장터를 천천히 걷다 보면 골목 어귀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와 깊은 육수 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화본 장터에서 빼놓지 않고 맛보아야 할 별미는 바로 얇게 지져낸 경상도식 배추전과 따끈한 잔치국수입니다.
배추전은 달큰한 노란 배춧잎에 거친 메밀가루나 밀가루 반죽을 얇게 입혀 무쇠 팬에 노릇하게 구워냅니다. 아삭하게 씹히는 배추의 단맛과 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화려하지 않지만 질리지 않는 깊은 맛을 냅니다. 여기에 진하게 우려낸 멸치 육수에 양념장을 살짝 얹은 잔치국수를 곁들이면 장거리 이동으로 허기졌던 속이 따뜻하게 채워집니다. 가격 부담 없이 넉넉한 인심을 담아내는 장터 밥상만의 매력입니다.
국내 유일 25미터 급수탑과 벽화 골목 인문학 산책
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에는 역 주변과 마을 골목으로 이어지는 인문학 산책을 즐겨볼 차례입니다. 화본역 뒤편 철길 너머에는 과거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높이 25미터의 웅장한 콘크리트 급수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부 벽면에는 수십 년 전 완행열차를 몰던 기관사들의 낙서와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어 근대 철도사의 생생한 현장을 보여줍니다.
역 앞 골목길 담장에는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의 설화와 1970~80년대 시골 풍경을 담은 따스한 벽화들이 이어집니다. 골목길을 따라 10여 분 걷다 보면 폐교된 옛 중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옛 추억을 재현한 골목 박물관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이발소, 만화방, 교실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며 장터의 옛 기억과 겹쳐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화본 여행 시 반드시 챙겨야 할 실전 이동 팁
화본역은 현재 일반 여객 열차가 정차하지 않으므로 기차 여행 계획 시 주의해야 합니다. 군위버스터미널이나 인근 영천, 대구 방면에서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 시간표를 사전에 군청 교통과나 버스터미널 매표소를 통해 확인해 두어야 낭패를 보지 않습니다.
또한 면 단위 작은 장터의 특성상 낮 12시를 넘기면 활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오후 2~3시경이면 대부분의 노점이 철수합니다. 따라서 오전 10시경 장터에 도착해 장터 구경과 점심 식사를 먼저 마친 뒤, 비교적 여유로운 오후 시간에 급수탑과 마을 벽화 골목을 돌아보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핵심 요약
- 화본 5일장은 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리며, 팔공산 자락 청정 농산물과 소박한 시골 인심을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장터입니다.
- 장터 먹거리로는 달큰하고 바삭하게 구워낸 경상도식 배추전과 담백한 멸치 육수의 잔치국수를 맛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 여객 열차가 멈춘 화본역의 근대 급수탑과 마을 벽화 골목길을 연계해 걸으며 옛 철도 시대의 인문학적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섬진강 지류 대황강 물줄기를 끼고 도는 흑돼지 석쇠구이의 고장, '전남 곡성 석곡 5일장과 옛 나루터 길 도보 기행'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세월이 멈춘 듯한 옛 간이역이나 녹슨 철길을 마주할 때 어떤 기억이나 풍경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편안하게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