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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기차를 타고 곡성역에 내려 군내버스로 갈아탄 뒤 남쪽으로 30분 남짓 달리면, 보성강의 본래 이름인 대황강이 유유히 굽이치는 석곡면에 닿습니다. 섬진강 본류의 관광지들이 사계절 내내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것과 달리, 대황강 줄기를 끼고 자리한 석곡면은 호젓한 강바람과 옛 장터의 소박한 정취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끝자리 5일과 10일에 열리는 석곡 5일장은 인근 순천과 보성, 곡성의 경계에 위치해 과거 내륙 수운과 육상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던 장터입니다. 대형 아케이드 상가 대신 하천 제방길과 마을 골목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난전은, 전라남도 내륙 산간 마을 사람들의 넉넉하고 끈끈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대황강 바람 타고 열리는 강변 난전 풍경
석곡 터미널 정류장에 내려 강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푸른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모여앉은 상인들의 활기찬 사투리가 먼저 반겨줍니다. 지리산 줄기와 조계산 자락 사이에 폭 안긴 분지 지형 덕분에 석곡 장터에는 깊은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비옥한 강변 충적토에서 수확한 작물들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봄철이면 알싸한 자연산 참두릅과 엄나무순, 향긋한 미나리가 좌판을 채우고, 가을철에는 속이 꽉 찬 토란과 밤, 씨알 굵은 대추가 소쿠리마다 넘쳐납니다. 특히 곡성의 대표 특산물인 토란은 흙을 털어내지 않은 싱싱한 원물 상태로 판매되는데, 장터 어르신들이 손질하는 요령과 토란국 끓이는 비법을 덤처럼 얹어 알려주는 모습에서 시골 장터 특유의 훈훈한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지푸라기와 숯불 향이 밴 석곡 흑돼지 석쇠구이
석곡 장터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은 70여 년의 내력을 지닌 석곡 흑돼지 숯불 석쇠구이입니다. 과거 장날이면 소나 돼지를 거래하던 우시장과 도축장이 번성했던 석곡에는 자연스럽게 고기를 구워 팔던 선술집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두툼하게 썬 토종 흑돼지고기에 고추장과 갖은양념을 버무려 석쇠에 올린 뒤, 참숯불과 볏짚을 섞어 센 불에 빠르게 구워냅니다. 기름기는 쏙 빠지고 겉면에 은은한 불향과 볏짚 향이 코팅되어 씹을수록 쫄깃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이 입안 가득 찹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시골식 된장찌개와 장터에서 갓 공수한 신선한 쌈 채소를 곁들이면, 먼 길을 달려온 뚜벅이 여행자의 여독이 단번에 씻겨 내려갑니다.
옛 나루터 흔적과 대황강변 둑길 도보 인문학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장터를 빠져나와 맑은 물이 흐르는 대황강변 둑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겨봅니다. 지금은 튼튼한 교량이 놓여 있지만, 석곡교 주변 강변에는 과거 하동 포구에서 소금과 해산물을 실은 나룻배가 거슬러 올라와 장터로 짐을 부리던 옛 나루터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수변 데크길을 걷다 보면 갈대숲 사이로 왜가리와 백로가 날아오르고, 잔잔한 수면에 비친 산그림자가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강둑 한쪽에 자리한 수령 수백 년의 당산나무 그늘 아래 앉아 물소리를 듣다 보면, 장터의 분주함과 자연의 적막함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로컬 걷기 여행의 진정한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석곡 뚜벅이 여행자가 알아두어야 할 실전 이동 팁
곡성역이나 곡성버스터미널에서 석곡으로 향하는 군내버스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됩니다. 배차 간격이 제법 길기 때문에 곡성역 도착 즉시 역 광장 정류장의 최신 버스 시간표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두고 출발해야 환승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석곡 5일장은 오후 1시를 넘기면 파장 분위기로 접어들어 2시 이후에는 대부분의 노점이 짐을 쌉니다. 따라서 오전 10시 30분 이전에 석곡에 도착해 장터 구경과 점심 식사를 여유롭게 마친 후, 볕이 좋은 오후 시간에 대황강변 나루터 길을 산책하고 곡성읍이나 순천 방면으로 복귀하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핵심 요약
- 석곡 5일장은 끝자리 5일과 10일에 서며, 지리산·조계산 자락의 청정 임산물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곡성 토란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 장터의 대표 미식인 흑돼지 석쇠구이는 참숯과 볏짚 향이 어우러져 기름기가 적고 풍미가 깊어 장터 기행의 필수 코스로 꼽힙니다.
- 장터 인근 대황강변 수변길과 옛 나루터 흔적을 함께 걸으며 호젓한 강변 풍경과 내륙 수운의 역사를 동시에 음미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선비 문화의 숨결이 깃든 화림동 계곡의 정자들과 푸짐한 전통 갈비탕 골목이 기다리는 '경남 함양 안의 5일장 도보 인문학 여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시골 강변길이나 옛 나루터 터를 조용히 걸을 때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잠기시나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경험을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