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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완행열차를 타고 대전을 지나 영동군 황간역에 내리면, 플랫폼에서부터 아담한 항아리 조형물과 옛 시골 역사의 정겨움이 반겨줍니다. 백두대간의 굵은 산줄기인 민주지산과 맑은 초강천을 끼고 있는 황간면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면서도 번잡하지 않아 조용히 걷기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황간 5일장은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립니다. 대형 마트가 들어서지 않은 면 소재지 특성상 장날은 여전히 마을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처이자 이웃 간 안부를 묻는 핵심 거점입니다. 오늘은 기차역에서 시작해 장터의 별미를 맛보고, 깎아지른 절벽에 걸린 정자 월류봉까지 걸어가는 반나절 인문학 도보 동선을 전해드립니다.

1. 황간역 광장에서 장터 난전으로 이어지는 길

황간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마을 중심 방향으로 5분 남짓 직진하면 곧바로 5일장이 열리는 삼거리가 나타납니다. 다른 지역 5일장처럼 거대한 아케이드 상가나 규격화된 부스는 없지만, 도로변 양옆으로 펼쳐진 파라솔과 바구니들이 장날 특유의 따스한 공기를 만듭니다.

이곳 좌판의 주인공은 단연 소백산맥 자락 텃밭에서 직접 길러온 제철 농산물입니다. 충북 영동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과일과 채소의 당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가을철에는 영동의 명물인 곶감용 생감과 포도가, 봄과 여름에는 싱싱한 산나물과 노지 고추가 주를 이룹니다. 상인 어르신들이 손수 묶어놓은 짚단 묶음 채소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시골 장터만의 소박한 질서를 체감하게 됩니다.

2. 초강천의 맑은 물이 빚어낸 올갱이 국밥 노포 탐방

황간 장터 골목에 들어서면 은은하게 퍼지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황간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은 맑은 물바닥에서 잡은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방언)'를 듬뿍 넣고 끓여낸 올갱이 국밥입니다.

초강천 자갈밭에서 잡은 올갱이는 껍질을 까서 밀가루와 달걀물에 살짝 버무린 뒤, 집된장과 아욱을 풀어 끓여낸 육수에 넣어 한소끔 끓여냅니다. 이렇게 조리하면 올갱이 특유의 쌉싸름하면서도 달큰한 감칠맛이 국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조미료 범벅인 도시의 해장국과 달리, 한 숟갈 떠먹었을 때 속이 편안하게 풀리는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나면 장거리 이동으로 지쳤던 몸에 든든한 활력이 돕니다.

3. 달도 머물다 가는 월류봉과 한천정사 도보 산책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에는 장터를 벗어나 초강천 물줄기를 따라 약 30분(약 2.3km) 정도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평탄한 강변 둑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기암절벽 위에 그림처럼 올라앉은 정자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바로 한천팔경의 제1경으로 꼽히는 '월류봉(月留峰)'입니다.

깎아지른 벼랑 아래로 맑은 강물이 휘감아 흐르고, 절벽 꼭대기 정자에 닿는 풍경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머물며 학문을 닦았던 곳다운 기품을 풍깁니다. 월류봉 맞은편에는 송시열을 기리는 한천정사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어 장터의 시끌벅적함과 대비되는 차분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합니다. 강바람을 맞으며 데크길을 걷다 보면 산골 마을이 품은 자연과 역사의 조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4. 황간 뚜벅이 여행자가 알아두어야 할 실전 주의사항

황간은 도보 여행 동선이 잘 정비되어 있지만, 장터에서 월류봉으로 이동하는 일부 구간에는 인도 폭이 좁은 갓길이 섞여 있습니다. 차선이 넓지 않은 시골길이므로 차량 이동에 유의하며 가장자리로 안전하게 보행해야 합니다.

또한 황간역은 무궁화호만 정차하는 소형 역으로, 상·하행 열차 편수가 많지 않습니다. 장터를 둘러보고 월류봉까지 다녀오는 왕복 시간을 넉넉히 3~4시간으로 잡고, 다음 열차 출발 시간 최소 30분 전에는 역으로 복귀하는 동선을 짜야 허비하는 시간 없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 황간 5일장은 황간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영동 특산물인 과일과 토속 채소가 매력적인 장터입니다.
  • 장터 탐방 중에는 초강천 청정수에서 채취한 올갱이와 아욱, 된장이 어우러진 토속 올갱이 국밥을 맛보는 것이 핵심 코스입니다.
  • 장터 구경 후 초강천 강변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조선 유학자의 자취가 서린 절경, 월류봉과 한천정사의 고즈넉함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대구선 완행열차의 기억과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이 있는 곳, '경북 군위 화본 5일장과 화본마을 골목길 여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시골 여행 중 맑은 강가나 오래된 정자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를 때 어떤 풍경에서 가장 큰 위로를 받으시나요? 편안하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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