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대구 근교의 비슬산 서남쪽 자락에 안긴 경북 청도군 풍각면은, 맑은 각북천 물줄기와 완만한 분지 지형이 어우러진 비옥하고 아늑한 농촌 마을입니다. 소싸움이나 와인터널로 널리 알려진 청도 동부 권역과 달리, 풍각면이 자리한 서부 권역은 대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흙내음과 옛 장터의 소박한 정취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호젓한 길목입니다.

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리는 풍각 5일장은 인근 각남면, 각북면 주민들의 생활 중심지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장터입니다. 화려하게 정비된 현대식 복합 상가 대신, 붉은 벽돌 건물과 키 낮은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펼쳐지는 난전은 내륙 농촌 사람들의 꾸밈없는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비슬산 청정 바람 아래 펼쳐지는 정겨운 아침 난전

풍각 버스터미널에 내려 장터 중심 골목으로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파라솔 아래 옹기종기 자리를 잡은 어르신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비슬산의 맑은 바람과 큰 일교차 덕분에 풍각 장터에는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깊은 농산물들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청도의 대표 명물인 씨 없는 반시와 감말랭이가 사계절 내내 투박한 플라스틱 바구니를 채우고, 가을철이면 갓 수확한 주황빛 감들이 상자마다 넘쳐납니다. 봄과 여름에는 비슬산 계곡 자락 텃밭에서 손수 뜯어온 참나물, 머위, 조선 상추가 싱싱한 흙을 머금은 채 손님을 맞이합니다. 노점 바닥에 앉아 덤으로 풋고추 서너 개를 더 얹어주며 밭농사 이야기를 건네는 어르신의 투박한 손길 속에서, 잊혀가는 시골 장터만의 따스한 정을 고스란히 체감하게 됩니다.

가마솥에 끓여내는 전통 손칼국수와 바삭한 정추전

풍각 장터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멸치 육수의 구수한 냄새와 들기름 향이 여행자의 후각을 사로잡습니다. 풍각 장터에서 허기를 달래기에 가장 좋은 별미는 바로 홍두깨로 투박하게 밀어 썬 손칼국수와 경상도식 부추전(정추전)입니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살짝 섞어 반죽한 면발은 굵기가 제각각이지만, 씹을수록 쫄깃하고 구수한 곡물 본연의 풍미가 돋보입니다. 남해 멸치와 다시마로 맑게 우려낸 육수에 애호박과 단배추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한소끔 끓여낸 국물은 속을 은근하고 편안하게 감싸 안습니다. 여기에 청도 특산물인 부추(정구지)를 밀가루 풀에 얇게 버무려 번철에 바삭하게 부쳐낸 전을 곁들이면 장거리 도보 이동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집니다.

각북 옹기마을 돌담길과 흙의 숨결을 만나는 인문학 산책

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 뒤에는 장터를 벗어나 비슬산 방향인 각북면 방면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풍각 장터에서 각북천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들길을 걷다 보면, 과거 수많은 가마에서 옹기를 구워내던 옛 옹기마을 터와 공방 골목에 닿게 됩니다.

마을 안길에는 주민들이 밭에서 골라낸 둥근 자연석과 깨진 옹기 조각을 섞어 쌓아 올린 독특한 돌담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집집마다 장독대에 단정하게 엎어놓은 크고 작은 항아리들과 흙담 너머로 늘어진 감나무 가지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흙과 불로 삶의 도구를 빚어내던 장인들의 묵묵한 숨결이 느껴집니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주변 산세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돌담길 산책은 마음에 차분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풍각 뚜벅이 여행자가 명심해야 할 실전 이동 팁

풍각면은 청도역 앞 청도공용버스터미널이나 대구 남부정류장(경산 방면), 현풍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내·농어촌 버스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청도읍내에서 풍각으로 들어오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40분에서 1시간 정도로 비교적 일정하지만, 각북 옹기마을이나 비슬산 안쪽으로 들어가는 지선 버스는 하루 운행 편수가 적습니다. 터미널 대합실 벽면에 부착된 최신 버스 시간표를 미리 사진으로 찍어두고 동선을 짜야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풍각 5일장은 소형 면 단위 장터의 특성상 정오를 지나 오후 1시 30분 무렵이면 장터가 빠르게 파합니다. 따라서 늦어도 오전 10시 무렵까지는 도착해 난전 구경과 식사를 먼저 마친 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각북천 들길과 옹기마을 돌담길을 산책하고 터미널로 돌아오는 동선을 추천합니다.

핵심 요약

  • 풍각 5일장은 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리며, 비슬산 자락의 청정 나물과 청도 명물 반시·감말랭이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장터입니다.
  • 장터 먹거리로는 콩가루를 넣어 구수하게 반죽한 손칼국수와 제철 부추를 얇고 바삭하게 지져낸 부추전을 추천합니다.
  • 장터 탐방 후 각북천 들길을 따라 옛 옹기마을 돌담길을 연계해 걸으며 흙과 불의 역사가 서린 고즈넉한 인문학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소형 5일장 여행 시 자주 부딪히는 화장실 부족, 카드 결제 불가, 계절별 개설 변수 등의 한계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소형 5일장 여행의 실전 대응 가이드'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시골 마을의 오래된 장독대나 돌담길을 마주할 때 어떤 풍경에서 가장 큰 정겨움을 느끼시나요? 편안하게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