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진강 맑은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호남의 명산 가지산 자락이 겹겹이 에워싼 전남 장흥군 유치면은, 장흥읍내에서도 군내버스를 타고 북쪽 산길을 따라 20분 이상 올라가야 만나는 호젓한 산골 마을입니다. 장흥댐 건설로 옛 마을 일부가 수몰되면서 삶의 터전을 새로 가꾸었지만, 여전히 깊은 계곡과 울창한 비자림 숲이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습니다.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는 유치 5일장은 장흥읍내의 대형 토요시장과 달리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작은 면 소재지 장터입니다. 면사무소 앞 공터와 작은 상가 골목을 따라 열리는 난전은, 산골 마을 주민들이 소소하게 농사지은 결실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합니다.가지산 청정 바람이 키워낸 참나무 원목 표고와 산나물 좌판유치공용버스정류..
남해안 끄트머리로 길게 뻗어 나온 고흥반도의 서남쪽 관문인 녹동항은, 완도와 거문도, 제주도로 향하는 뱃길이 열리는 활기 넘치는 포구입니다. 바로 눈앞에 붉은 지붕들이 올망종망 모여 있는 소록도를 마주하고 있어, 바다의 비릿한 생명력과 함께 남도 현대사의 애잔한 사연이 파도처럼 들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끝자리 3일과 8일에 서는 녹동 5일장은 내륙 중심의 시골 장터와는 확연히 다른 결을 지닙니다. 바다를 낀 포구 장터답게 새벽 위판장에서 갓 쏟아져 나온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이 주를 이루며, 득량만과 순천만의 청정 갯벌, 그리고 고흥의 비옥한 황토밭에서 거둔 결실들이 한데 모여 활기찬 남도 바다의 정취를 뿜어냅니다.바다 내음과 갯벌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침 난전 풍경녹동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포구 방면으로..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가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허리를 뚫고 달려가다 멈춰 서는 경북 봉화군 춘양역은, 기차 여행자들에게 각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간이역입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원래 계획된 철로를 우회시켜 춘양면으로 철길을 끌어왔다는 일화에서 '억지춘양'이라는 유명한 속어가 탄생했을 만큼, 이곳은 과거 백두대간 일대의 목재와 물류가 집결하던 번성한 산간 거점이었습니다.끝자리 4일과 9일에 열리는 춘양 5일장은 춘양역 앞 광장에서 구도심 중심 골목을 따라 형성됩니다. 지금은 목재 산업의 쇠퇴와 함께 조용한 면 소재지로 내려앉았지만, 단단하고 붉은빛을 띠는 최고급 소나무 '춘양목(금강송)'의 본향답게 장터 곳곳에는 묵직한 산골의 기품과 토속적인 정취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춘양역 광장에서 이어지는 솔향 ..
장항선 무궁화호 열차가 멈춰 서던 판교역은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외곽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옛 판교역 광장 주변의 골목길은 여전히 1970~80년대 풍경을 박제해 놓은 듯 고요하게 머물러 있습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은 과거 충청남도와 전라북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대규모 우시장이 열리던 상업 거점이었습니다.끝자리 5일과 10일에 서는 판교 5일장은 번성했던 옛 영화를 뒤로하고 지금은 아담한 면 소재지 장터로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녹슨 함석지붕, 낡은 목조 가옥, 빛바랜 간판이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대도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시간 여행의 깊이를 안겨줍니다.적산가옥과 낡은 정미소 사이로 열리는 소박한 아침 난전판교 특화음식촌 정류장에 내려 옛 판교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장터 골목의 중심에 ..
호남정맥의 험준한 산세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전북 순창군 쌍치면은, 고추장의 본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순창읍내에서도 차로 30분 이상 꼬불꼬불한 산길을 더 들어가야 닿는 깊은 두메산골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였던 빨치산의 주 활동 무대 회문산 자락을 품고 있는 이곳은, 지금도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태고의 고즈넉함과 때 묻지 않은 시골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습니다.끝자리 3일과 8일에 서는 쌍치 5일장은 읍 단위 대형 전통시장처럼 번쩍이는 간판이나 규격화된 판매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면사무소 앞 공터와 작은 골목길을 따라 열리는 난전이 전부이지만, 높은 산골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소박한 일상과 깊은 산내음이 물씬 풍기는 귀한 장터입니다.첩첩산중 회문산 자락이 내어준 청정 산약초와 토속 ..
경의중앙선 전철이나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경기 동부 외곽으로 향하다 보면 너른 평야와 낮은 산자락이 감싸 안은 지평역에 닿게 됩니다. 서울 근교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평면은 번잡한 유원지 느낌 대신 오랜 역사와 차분한 농촌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곳입니다.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리는 지평 5일장은 지평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면 소재지 중심 도로를 따라 형성됩니다. 큰 도시의 대형 상설시장처럼 북적이진 않지만, 양평 동부 산간과 들녘에서 거둔 제철 농산물이 알차게 모여드는 정겨운 생활 장터입니다.지평역 광장에서 이어지는 소박한 아침 장터 풍경지평역 출구를 나와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면 지평농협과 면사무소를 잇는 사거리를 중심으로 장터의 난전이 펼..
지리산과 덕유산이라는 거대한 두 영봉 사이에 안긴 경남 함양군 안의면은, 조선 시대 영남 사림의 선비들이 학문을 논하고 풍류를 즐기던 화림동 계곡의 관문입니다. 옛 안의현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오늘날 조용한 면 소재지로 남아 있지만, 걸음걸음마다 유서 깊은 유교 문화유산과 묵직한 내륙 장터의 내력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끝자리 3일과 8일에 열리는 안의 5일장은 인근 서상면과 서하면, 거창군 남상면 일대의 농민들이 모여드는 영남 서북부 내륙의 유서 깊은 장터입니다. 화려하게 포장된 관광형 시장과 달리, 시골 사람들의 담백한 손길과 소박한 흥정이 오가는 현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금호천 물줄기 곁에 펼쳐지는 고즈넉한 난전 풍경안의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금호천 다리를 건너면 장터 중심 골목으로 이어집니다. 장날 ..
호남선 기차를 타고 곡성역에 내려 군내버스로 갈아탄 뒤 남쪽으로 30분 남짓 달리면, 보성강의 본래 이름인 대황강이 유유히 굽이치는 석곡면에 닿습니다. 섬진강 본류의 관광지들이 사계절 내내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것과 달리, 대황강 줄기를 끼고 자리한 석곡면은 호젓한 강바람과 옛 장터의 소박한 정취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끝자리 5일과 10일에 열리는 석곡 5일장은 인근 순천과 보성, 곡성의 경계에 위치해 과거 내륙 수운과 육상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던 장터입니다. 대형 아케이드 상가 대신 하천 제방길과 마을 골목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난전은, 전라남도 내륙 산간 마을 사람들의 넉넉하고 끈끈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대황강 바람 타고 열리는 강변 난전 풍경석곡 터미널 정류장에 내려 강변 방..
경북 군위 화본 5일장: 폐역이 된 간이역과 옛 골목길에 남은 완행열차의 숨결중앙선 철길을 따라 경북 군위군 산성면으로 접어들면, 1930년대 목조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본역이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복선전철화로 여객 열차 운행은 멈추었지만, 붉은 지붕과 고풍스러운 급수탑 풍경 덕분에 여전히 옛 철도의 정취를 찾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입니다.끝자리 1일과 6일에 서는 화본 5일장은 역 광장에서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길목에 아담하게 펼쳐집니다. 읍내의 번화한 대형 장터와 달리 규모는 작지만, 팔공산 북쪽 자락에서 농사짓는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과 따스한 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삶의 터전입니다.화본역 광장에서 마을 안길로 이어지는 난전 풍경화본역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세월의 흐름을 잊은 듯한..
경부선 완행열차를 타고 대전을 지나 영동군 황간역에 내리면, 플랫폼에서부터 아담한 항아리 조형물과 옛 시골 역사의 정겨움이 반겨줍니다. 백두대간의 굵은 산줄기인 민주지산과 맑은 초강천을 끼고 있는 황간면은 자연경관이 빼어나면서도 번잡하지 않아 조용히 걷기에 최적화된 곳입니다.황간 5일장은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립니다. 대형 마트가 들어서지 않은 면 소재지 특성상 장날은 여전히 마을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처이자 이웃 간 안부를 묻는 핵심 거점입니다. 오늘은 기차역에서 시작해 장터의 별미를 맛보고, 깎아지른 절벽에 걸린 정자 월류봉까지 걸어가는 반나절 인문학 도보 동선을 전해드립니다.1. 황간역 광장에서 장터 난전으로 이어지는 길황간역 개찰구를 빠져나와 마을 중심 방향으로 5분 남짓 직진하면 곧바로 5일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