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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끄트머리로 길게 뻗어 나온 고흥반도의 서남쪽 관문인 녹동항은, 완도와 거문도, 제주도로 향하는 뱃길이 열리는 활기 넘치는 포구입니다. 바로 눈앞에 붉은 지붕들이 올망종망 모여 있는 소록도를 마주하고 있어, 바다의 비릿한 생명력과 함께 남도 현대사의 애잔한 사연이 파도처럼 들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끝자리 3일과 8일에 서는 녹동 5일장은 내륙 중심의 시골 장터와는 확연히 다른 결을 지닙니다. 바다를 낀 포구 장터답게 새벽 위판장에서 갓 쏟아져 나온 싱싱한 활어와 해산물이 주를 이루며, 득량만과 순천만의 청정 갯벌, 그리고 고흥의 비옥한 황토밭에서 거둔 결실들이 한데 모여 활기찬 남도 바다의 정취를 뿜어냅니다.

바다 내음과 갯벌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침 난전 풍경

녹동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포구 방면으로 5분 남짓 걸어가면 바닷바람을 따라 생선 비린내와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한 장터 입구에 닿습니다. 포구 앞 도로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파라솔 아래에는 남도 해안에서 갓 건져 올린 제철 수산물이 수조와 대야마다 넘쳐납니다.

녹동 장터의 주인공은 단연 계절마다 바뀌는 제철 어물입니다. 봄과 초여름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갯장어(하모)와 갑오징어가 물을 뿜고, 늦가을부터 겨울에는 쫄깃한 감성돔과 낙지, 그리고 바다 향이 물씬 풍기는 생굴과 매생이가 좌판을 가득 채웁니다. 고흥 내륙 황토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마늘과 취나물, 유자 열매도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억센 전라도 사투리로 생선을 흥정하며 바구니에 조개 몇 마리를 덤으로 툭 던져 넣어주는 상인 어르신들의 넉넉한 손길 속에서 포구 사람들의 거칠면서도 따스한 정을 실감하게 됩니다.

담백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장터 장어탕 한 그릇

녹동 장터 골목에 들어서면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수한 탕 냄새가 뚜벅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녹동에 들렀다면 꼭 맛보아야 할 대표적인 향토 미식은 바로 붕장어로 끓여낸 진한 장어탕입니다.

살이 오른 붕장어를 통째로 푹 삶아 뼈를 발라내고, 얼갈이배추와 된장, 숙주나물, 방아잎을 듬뿍 넣어 한소끔 끓여냅니다. 붉고 텁텁한 매운탕과 달리, 된장 베이스의 맑고 구수한 국물은 잡내가 전혀 없고 묵직한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부드럽게 풀어진 장어 살을 밥과 함께 푹 떠먹고 나면, 장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느라 가라앉았던 기운이 단번에 솟아오르는 보양의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소록대교 바다 덱길과 녹동항 인공섬 수변 인문학 산책

식사를 든든하게 마친 뒤에는 장터를 빠져나와 녹동 바다를 끼고 이어지는 수변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포구 앞바다 위에 조성된 녹동항 바다정원(인공섬)에 서면, 푸른 바다를 가로질러 소록도로 뻗어 나간 웅장한 소록대교의 유려한 곡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안 덱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한센인들의 한과 사랑이 서린 소록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활기찼던 장터 난전의 소음이 파도 소리에 씻겨 내려가며 잔잔한 사색의 시간으로 바뀝니다. 정박된 고깃배들이 파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포구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짚어보는 여정은 내륙 여행과는 또 다른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녹동 뚜벅이 여행자가 명심해야 할 실전 주의사항

고흥은 철도가 닿지 않는 지역이므로 순천역이나 순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녹동행 직행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순천에서 녹동까지는 약 1시간 20분에서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며, 주말 장날에는 도로 정체가 빚어질 수 있으므로 귀가 버스 시간표를 여유 있게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포구 5일장의 특성상 이른 아침인 오전 7~8시부터 정오 사이에 경매와 물건 거래가 가장 활발합니다. 오후 1시가 넘어가면 생선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점이 일찍 파하는 경향이 짙으므로, 가급적 오전 일찍 도착해 장터를 먼저 둘러본 후 점심 식사와 해안 산책을 이어가는 동선으로 계획하시길 권장합니다.

핵심 요약

  • 녹동 5일장은 끝자리 3일과 8일에 서며, 남해안 청정 해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제철 활어와 해산물이 가득한 포구 장터입니다.
  • 장터 먹거리로는 붕장어를 푹 고아 시래기와 방아잎을 넣고 구수하게 끓여낸 보양식 장어탕을 추천합니다.
  • 장터 탐방 후 녹동항 바다정원 덱길을 걸으며 소록대교와 남도 바다의 고즈넉한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비슬산 자락 옹기마을의 숨결과 시원한 손칼국수 한 그릇이 기다리는 '경북 청도 풍각 5일장 도보 기행'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활기찬 어시장이나 포구 길을 걸을 때 어떤 정경에서 가장 생생한 활력을 느끼시나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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