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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강 맑은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호남의 명산 가지산 자락이 겹겹이 에워싼 전남 장흥군 유치면은, 장흥읍내에서도 군내버스를 타고 북쪽 산길을 따라 20분 이상 올라가야 만나는 호젓한 산골 마을입니다. 장흥댐 건설로 옛 마을 일부가 수몰되면서 삶의 터전을 새로 가꾸었지만, 여전히 깊은 계곡과 울창한 비자림 숲이 뿜어내는 청량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는 유치 5일장은 장흥읍내의 대형 토요시장과 달리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작은 면 소재지 장터입니다. 면사무소 앞 공터와 작은 상가 골목을 따라 열리는 난전은, 산골 마을 주민들이 소소하게 농사지은 결실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따뜻한 온기로 가득합니다.

가지산 청정 바람이 키워낸 참나무 원목 표고와 산나물 좌판

유치공용버스정류장에 내려 장터 어귀로 발걸음을 옮기면, 흙내음과 함께 은은한 버섯 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장흥 유치면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밤낮의 일교차가 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원목 표고버섯의 주산지입니다.

장터 파라솔 아래에는 참나무 원목에서 자연 그대로 햇볕과 바람을 맞고 자란 생표고와 건표고가 소쿠리마다 넉넉히 담겨 있습니다. 갓이 두툼하고 그물처럼 갈라진 백화고는 손으로 만져보기만 해도 단단한 탄력이 느껴집니다. 그 곁으로는 마을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손수 뜯어온 취나물, 머위대, 풋고추와 햇마늘이 소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유치 표고는 기름장에 살짝 찍어만 먹어도 고기보다 낫다"며 덤으로 한 줌 더 쥐여주는 어르신의 투박한 손길 속에서 시골 장터만의 푸근한 인심을 고스란히 체감하게 됩니다.

가마솥에 맑게 우려낸 버섯 소고기 장터국밥 한 그릇

장터 골목 안쪽 식당으로 들어서면 가마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수한 국물 냄새가 여행자의 허기를 달래줍니다. 장흥의 장터에서 맛보아야 할 대표적인 별미는 질 좋은 소고기와 싱싱한 표고버섯을 듬뿍 넣고 끓여낸 버섯 소고기 장터국밥입니다.

무쇠솥에서 푹 고아낸 맑은 소고기 육수에 큼직하게 썬 표고버섯과 콩나물, 무를 넣고 한소끔 끓여냅니다. 자극적인 양념장으로 맛을 덮지 않고 조선간장과 천일염으로 간을 맞춰, 국물 한술을 넘길 때마다 표고 특유의 깊은 감칠맛과 육수의 담백함이 부드럽게 감돕니다. 쫄깃하게 씹히는 버섯과 부드러운 소고기가 어우러져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면, 굽이진 산길을 버스를 타고 오느라 쌓였던 피로가 단번에 풀립니다.

동양 3대 선원 보림사와 비자림 산책로를 걷는 인문학 여정

국밥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운 뒤에는 장터를 빠져나와 유치면의 자랑이자 가지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보림사로 향해 봅니다. 유치 장터에서 군내버스로 5분, 혹은 탐진강변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신라 구산선문 중 최초로 개산한 고즈넉한 사찰 경내에 닿습니다.

국보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단아한 삼층석탑을 둘러본 뒤 사찰 뒤편 숲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수령 수백 년 된 비자나무 500여 그루가 빽빽하게 우거진 비자림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바람결에 실려 오는 알싸한 비자나무 향기를 맡으며 호젓한 숲길을 걷다 보면, 장터의 정겨운 소음과 산사의 깊은 적막이 어우러져 마음에 깊은 쉼을 선사합니다.

유치 뚜벅이 여행자가 알아두어야 할 실전 주의사항

유치면은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유치·보림사 방면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해야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버스 배차 간격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안팎으로 길기 때문에, 장흥터미널에서 출발하기 전에 유치발 장흥행 복귀 버스 시간표를 매표소 벽면에서 미리 사진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또한 유치 5일장은 소규모 면 단위 장터라 정오를 지나 오후 1시 무렵이면 대부분의 노점이 짐을 쌉니다. 따라서 오전 10시경 도착해 장터와 점심 식사를 먼저 마친 뒤, 오후 시간을 활용해 보림사와 비자림 숲길을 여유롭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동선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핵심 요약

  • 유치 5일장은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며, 참나무 원목에서 자란 질 좋은 표고버섯과 청정 산나물을 만날 수 있는 산골 장터입니다.
  • 장터 먹거리로는 신선한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듬뿍 넣어 맑고 깊은 감칠맛을 내는 토속 버섯 소고기국밥을 추천합니다.
  • 장터 탐방 후 천년고찰 보림사와 울창한 비자림 숲길을 연계해 걸으며 자연과 불교 역사가 어우러진 차분한 인문학 산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국 숨은 5일장 15편 시리즈 완주에 이어, 지금까지 발로 걸으며 축적한 여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성한 '전국 숨은 장터 도보 인문학 지도 총결산 및 나만의 여행 수칙'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깊은 산골 장터 주변의 오래된 사찰이나 고요한 숲길을 걸을 때 자연의 어떤 풍경에서 가장 큰 마음의 평온을 얻으시나요? 편안하게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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